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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 마이스터로 살펴보는 페이스리프트의 의미

2020/10/08

스팅어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감흥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나라의 어느 모델과도 닮지 않은 동물적인 곡선과 후륜 구동 고유의 실루엣과 비율은 드디어 우리 나라에도 후륜 구동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 탄생했다는 흥분을 가져왔다. 그리고 영암 KIC 서킷에서 주행하면서 느꼈던 탄탄하고 정직한 조종 성능은 스팅어가 절대 겉멋을 부린 모델이 아니라는 믿음을 갖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해외에서도 증명되었다. 내로라하는 스포츠 모델과의 경쟁에서 ‘이게 정말 한국차야? ‘기아’ 스팅어 맞지?’라는 말을 들으며 이른바 도장깨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판매 성적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강력한 이미지 모델이기는 하지만 상품성에는 제약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경우 브랜드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중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을 위해 이미지 모델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현실적인 매출과 수익을 위하여 상품성에 한계가 있는 모델은 버릴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 서기 때문이다. 특히 현실감각이 중요한 메인스트림 브랜드의 경우는 더욱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다. 사람들 사이에서 스팅어가 단종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기아차는 스팅어를 지켜냈다. 사실 이것 만으로도 대단한 뚝심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페이스리프트라는 말의 의미가 이제는 불분명해지고 있다. 원래 페이스리프트는 ‘face lift’ 즉 처진 얼굴을 가볍게 들어올리는 성형외과 용어다. 자동차로 치면 헤드램프나 라디에이터 그릴 정도의 디자인을 바꿔 인상을 새롭게 하는 것이 원래의 페이스리프트 수준이었다. 자동차의 상품성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차량에 변화를 주는 것을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연식 변경 – 페이스리프트 – 마이너 체인지 – 풀 체인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페이스리프트와 마이너 체인지는 거의 구분이 없어졌다. 많은 변화를 빠른 시일 내에 요구하는 시대라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해 새 모델이 나오는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요즘 소비자 아닌가. 자동차도 이전의 루틴을 지킬 만큼 여유롭지 않다.

하여간 오늘날의 페이스리프트는 과거와는 달리 변화의 폭이 커졌다. 심지어는 풀 체인지 모델이 무색할 정도로 아예 플랫폼까지 바꾸는 경우까지 페이스리프트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휠 베이스가 달라지는 것은 오히려 얌전한 편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풀 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가 넘쳐나는 오늘의 기준으로 스팅어 마이스터의 페이스리프트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스팅어 마이스터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이 공개됐을 때 솔직히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전형적인 페이스리프트 수준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자세히 따지고 보면 제법 공들여 변경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앞 펜더 부위는 프레스 금형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페이스리프트 수준으로는 제법 큰 공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밤에 뒤에 따라가면 누구나 ‘스팅어다!’라고 할 정도로 또렷한 인상을 남겼던 삼각 안경테처럼 보이던 후미등이 사라진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목적은 충분히 이해한다. 스팅어라는 특정 모델의 강렬한 인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수평 라인으로 이어지는 테일램프가 추구하는 기아 브랜드의 디자인 DNA를 공유하는 것이 브랜드의 큰 그림에서는 중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커다란 차이는 단연 2.5리터 터보 엔진이다. 스팅어는 이제 막내 모델도 300마력을 넘는 명실상부한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 됐기 때문이다. 이 엔진을 그룹사 동급 모델 중 스팅어만 갖게 되었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스팅어는 고성능이라는 이미지, 즉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내실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도 있다. 이전 모델에서는 3.3 모델과 2.0 모델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3.3 모델 전용의 커다란 배기구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3.3 터보 전용의 가변 배기 시스템의 우람한 소리를 듣는 것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더 선명해진 존재감. 스포츠 세단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스팅어는 기아차 고급 라인업 역할도 등한시할 수 없다. 판매보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모델이라는 사실 그 자체가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또한 경쟁 모델과 달리 성인 네 명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실내공간을 갖춘 본격적인 GT 모델이라는 점도 스팅어 마이스터의 프리미엄을 부각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최신 감각의 모니터, 퀼팅 나파 가죽 시트 등으로 고급감을 더한 인테리어 업그레이드는 이미지와 함께 실속도 강조한 부분이다.


스팅어 마이스터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눈으로 보이는 겉모습의 변화보다도 가장 힘을 준 부분은 심장의 업그레이드였다. 이것 만으로도 스팅어가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은 또렷하다. 그래서 전통적 페이스리프트 수준으로 억제된 외모의 변화가 아쉽지만은 않다. 스팅어 마이스터가 보여준 모든 변화에 이유는 분명했으니까.

글.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

해당 콘텐츠는 작성자의 주관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기아자동차로부터 원고료를 지원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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