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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대형차의 역사 그리고 THE K9

2019/11/07

오래전 쓰던 수첩을 정리하다가 이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언젠가 잡지에서 읽었던 문장인데,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글이었지만 이 문장 하나만큼은 인상적이어서 수첩에 적던 순간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럭셔리는 고급스러움을 뜻하지 않는다. 럭셔리는 무구한 역사 그 자체다’

고급스러운 럭셔리 공산품은 하루아침에 태어나지 않음을 뜻하는, 짧지만 명확한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읽고 THE K9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기아자동차를 대표하는 럭셔리 세단, THE K9이 보여주는 럭셔리의 본질을 들여다보려면 그 역사를 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2년부터 시작된 기아자동차 대형차의 역사, 그리고 THE K9에서 살펴볼 수 있는 지난 역사의 흔적들은 어떻게 THE K9 고유의 럭셔리로 거듭났는지 살펴봅니다.






본격적인 국산 대형차 경쟁의 시작, 포텐샤 (1992)



기아자동차가 본격적으로 국산 대형차 경쟁에 뛰어든 것은 1992년이었습니다. 마쯔다社의 대형차 ‘루체’를 한국 특성에 맞게 다듬은 포텐샤를 출시한 것이죠. 포텐샤는 중후한 디자인과 고풍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로 출시되자마자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포텐샤의 가장 큰 특징은 후륜구동 방식을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많은 승용차들이 실내공간 확보 등을 이유로 전륜구동 방식을 채용했지만 포텐샤는 후륜구동을 고집하며 최적의 차체 무게 밸런스와 고급차에 걸맞은 뛰어난 승차감을 구현했습니다.


기아자동차 최초로 3밸브를 적용한 2.2L 엔진은 120마력, 최고속력 175km/h를, V6 3.0L 엔진은 200마력, 최고속력 195km/h를 발휘해 당시 국내 최고 수준의 주행성능을 자랑했습니다. 또한 전자감응형 서스펜션과 속도감응형 파워스티어링, 뒷좌석 이지억세스 & 열선시트, 4채널 ABS 등 당시로서는 최고급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도 갖춰 성능과 기능면에서도 앞서나갔습니다. 특히 인테리어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가정용 에어컨처럼 자동으로 상하좌우 방향을 조절하며 공기를 내뿜는 전자식 스윙 루버 에어 벤트를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훨씬 더 빠르고 쾌적한 냉난방 효과를 누릴 수 있었죠.






새로운 기함의 등장, 엔터프라이즈 (1997)



1997년에는 포텐샤보다 더 크고 고급스러운 플래그십 모델 엔터프라이즈를 선보였습니다. 경쟁사가 새로운 기함급 모델을 출시한 것에 대해 국내 최고급차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죠. 5m가 넘는 길고 늘씬한 차체에 국산 대형차로는 처음으로 창문 프레임이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를 사용한 외관은 고급스러운 멋을 뽐냈습니다. 엔진은 당시 국산차 최대 배기량인 V6 3.6L 엔진을 탑재해 220마력의 출력을 냈고, 포텐샤와 마찬가지로 후륜구동 방식을 사용해 승차감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실내 역시 각종 편의장비와 고급 소재로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당시 첨단 기술이었던 내비게이션을 탑재했고, 뒷좌석 전용 모니터와 AV시스템, 국내 최초의 안마시트 등 지금의 고급차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편의장비를 갖춰 첨단 기술로 치장된 호사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독특한 디자인의 플래그십 세단, 오피러스 (2003)



IMF의 여파로 큰 타격을 입으며 한동안 정체기를 겪던 고급 대형차 시장은 2003년 기아자동차가 엔터프라이즈를 대신할 새로운 기함 오피러스를 내놓으며 숨통을 틔웠습니다. 오피러스는 이전까지의 국산 대형차와 확연히 구별되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2.7L, 3.0L, 3.5L의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갖추었으며 편안함을 극대화한 승차감이 특징이었던 오피러스는 정숙성에 더욱 신경 써 편안한 성격을 강조했습니다. 내외관을 고급스럽게 꾸몄으면서도 뒷자리에 치중하지 않은 실내 구성으로 오너까지 만족시키는 본격적인 오너 드리븐 고급 대형차였습니다.






국산 대형차의 디자인 흐름을 바꾸다, K7 (2009)



2006년, 기아자동차는 세계적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면서 디자인 혁신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2009년, 그 결과물로 등장한 K7은 당시 국산 대형차 디자인 흐름을 완전히 벗어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죠. 경쟁차들보다 훨씬 젊고 스포티한 디자인과 그에 걸맞은 주행성능으로 호평받으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기아자동차 K 시리즈의 선발주자 역할을 맡은 K7은 대성공을 거두며 이후 파격적 디자인의 옷을 입은 K 시리즈가 시장에 안착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전의 오피러스가 오너 드리븐과 쇼퍼 드리븐을 모두 챙기는 과도기적 성격의 차였던 반면, K7은 본격적인 오너 드리븐 성향의 대형차였습니다. 권위와 품격을 드러내던 기존 대형 세단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탈피한 것은 물론 운전자 중심으로 꾸민 인테리어와 플래그십 모델과 비교하면 간소한 구성의 뒷좌석 편의장비는 고급스러운 대형차를 직접 운전하길 원하는 오너들의 성향에 부합해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진은 페이스리프트 모델)






K 시리즈의 정점, 진정한 플래그십, K9 (2012)



K7 이후 차곡차곡 K 시리즈 라인업을 늘려나가던 기아자동차는 2012년 시리즈 정점에 서는 모델인 K9을 출시합니다.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던 기아자동차답게 K9 역시 기존 대형차들과 뚜렷이 차별되는 디자인이 특징이었습니다. 우아함이나 웅장함을 뽐내던 이전까지의 국산 대형차와 달리 트렁크 라인을 뒤쪽으로 팽팽하게 당겨 날렵한 실루엣에 듬직하면서 남성미 넘치는 디자인을 뽐냈습니다.


엔진은 3.3L, 3.8L 람다 엔진을 얹고 후륜구동 방식에 유럽풍으로 조율한 하체는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한 주행성능을 자랑했습니다. 여기에 2014년 국산 승용 최대 배기량인 5.0L 타우 엔진을 얹은 ‘퀀텀’이 추가돼 플래그십의 면모를 굳혀나갔습니다. 기아자동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자동차답게 HUD, 후측방 경고 시스템, 어라운드뷰 시스템, 전자식 변속레버,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국내 최초의 기능을 대거 선보였으며 뒷좌석 전용 모니터, 파워 시트, 전동식 풋레스트 등 뒷자리 역시 최고 수준으로 꾸몄습니다.






더 강하고 똑똑해진 오너 드리븐 세단, K7 (2016)



K7 (2016)
2016년에는 K시리즈의 시작점이었던 K7의 2세대 모델이 탄생했습니다. 젊고 스포티한 감각은 그대로 살리고 대담함과 고급스러움을 더해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인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특히 완성차 업체 최초로 독자개발에 성공한 전륜 8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감과 저중량, 뛰어난 동력 효율을 자랑했고, 비틀림 강성을 50% 향상시킨 차체강성은 차량의 전체적인 주행성능과 안전도를 끌어올렸습니다.

2세대 K7부터는 자율주행 기반 기술인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도 본격적으로 탑재됐습니다. 동급 최초 후측방 충돌회피 지원 시스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등을 통해 안전하고 편안한 주행을 경험할 수 있었죠.


2019년에는 내외관을 대폭 변경한 K7 프리미어가 등장합니다. 안팎을 크게 바꿔 더욱 고급스러워진 것은 물론 새로운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을 최초로 탑재해 더 효율적이면서 강력한 힘을 내는 풀체인지 모델 아니냐는 반응을 얻을 정도로 많은 것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얻었습니다. 또한 자연의 소리 기능을 탑재해 감성적인 면까지 만족시킨다는 고급차의 덕목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 탑승객의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새로운 K9, 기아자동차 플래그십의 명목을 잇다



2018년에는 K9의 2세대 모델이 새롭게 등장합니다. 플래그십 세단임에도 오너드리븐과 쇼퍼드리븐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재다능한 모습으로 말이죠.


90년대 플래그십 세단이 철저하게 쇼퍼 드리븐 성격을 지향해 호화스럽게 꾸민 뒷자리 구성을 하던 것과 달리, 2000년대 이후 오피러스와 K7을 거쳐가며 오너 드리븐 성향의 고급 대형차의 완성도를 높여온 기아자동차는 기함급인 K9에서 뒷자리뿐 아니라 운전석까지도 완벽히 고급스럽게 다듬어 쇼퍼 드리븐과 오너 드리븐 모두를 아우르는 진정한 올라운드 플래그십 세단으로 거듭났습니다.

물론 THE K9는 기아자동차를 대표하는 엄연한 플래그십 세단입니다. 오너 드리븐의 성격을 보완하기는 했지만 뒷좌석을 살펴보면 그동안 기아자동차가 선보였던 쇼퍼 드리븐 세단의 특징을 물려받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더 발전된 형태로 말이죠. 그 흔적들을 조금 더 살펴보자면,


90년대 플래그십 세단의 대표적인 초호화 사양은 뒷좌석 모니터였습니다. 엔터프라이즈 역시 뒷좌석 전용 모니터를 제조사 순정사양에서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뒷좌석 승객이 영상 등을 보면서 더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첨단 기능이었죠. 물론 첨단기능이라고는 하지만 모니터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DVD 재생이나 음악 감상 등 제한적이었습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THE K9의 뒷좌석 모니터는 더 크고 보기 좋은 위치에 부착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은 물론 모니터를 통해 영상과 음악 재생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직접 조작하거나 차량의 다양한 부가기능을 조작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에 달려 있는 스위치 역시 90년대 플래그십 세단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던 기능이지만, THE K9의 센터 암레스트는 더 많은 기능을 품고, 더 화려해졌습니다. 멀티미디어. 내비게이션뿐만 아니라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뒷좌석 공조장치, 전동식 시트의 위치, 열선, 통풍, 뒷 유리 햇볕을 가려주는 선쉐이드까지 다양한 기능을 뒷좌석에 편히 앉아 스위치만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THE K9의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에 달려 있는 휴대폰 무선충전 기능은 불과 2010년대 초반까지도 찾아볼 수 없었던 기능이죠. 시대의 발전에 따라 자동차는 급격하게 변화합니다.


뒷좌석 헤드레스트도 시간이 흐르면서 소소한 발전을 거쳤습니다. 90년대에는 뒷좌석 헤드레스트가 고정된 승용차들도 있었던 반면, THE K9의 헤드레스트는 상하 전후 위치 조정은 물론 머리를 편안하게 감싸는 헤드 쿠션이 적용된 윙아웃 헤드레스트가 적용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차를 만들자는 고민이 20년이 지난 끝에 이런 작은 부분에까지 깃들게 된 것이죠.


뒷좌석에서 버튼으로 조작하는 조수석 워크인 스위치 역시 90년대 플래그십 세단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던 기능입니다. 물론 이 기능 역시 더 발전했습니다. THE K9에서는 뒷좌석 승객이 몸을 숙이거나 운전자가 옆으로 손을 뻗어 워크인 스위치를 조작할 필요 없이 뒷좌석에서 스위치를 조작해 조수석을 움직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REST 버튼을 누르면 한 번에 가장 편안한 자세로 시트 위치를 조정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죠.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아자동차 대형차의 역사는 완성차로서는 비교적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포텐샤를 출시하던 때로부터 불과 30년이 되지 않은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의 THE K9을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30여 년간 꾸준히 고급 대형 세단을 만들며 국산 대형 플래그십 세단의 기준과 완성도를 높여온 기아자동차가 앞으로는 어떤 고민으로 얼마나 더 고급스럽고 편안한 플래그십의 진화를 이뤄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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