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픽셀 전기차 시장을 뒤흔들 힘을 지닌 모델, EV6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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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을 뒤흔들 힘을 지닌 모델, EV6 GT

2022/09/27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차를 먼저 경험한 해외 시승기에서의 반응이 뜨겁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미디어 시승회가 열리기 전이다. 그래서 가슴이 더 두근거린다. 기아 ‘EV6 GT’ 이야기다.

두 가지 이유에서 EV6 GT는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첫 번째 이유는 스팅어가 첫 선을 보였을 때와 비슷하다.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고성능 GT가 나온다!’


달리기 성능과 즐거움을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차가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이다. 그것도 경쾌한 핸들링과 같은 소형차의 달리기 테마가 아닌 고출력 엔진으로 강렬한 파워 드리프트를 가능하게 하는 고성능 후륜 구동 레이아웃을 채택한 모델로 말이다. 힘만 앞세워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엉성한 포니카와는 전혀 다른, 수준 높은 스포츠 모델이 기아라는 브랜드에서 탄생했다는 점은 나뿐 아니라 모두를 설레게 했다.

그것을 기점으로 사람들의 기아에 대한 이미지는 바뀌어 갔다. 물론 기아도 변화했다. 광고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브랜드 가치 증명의 척도가 되는 미국 슈퍼볼 광고에서 2018년 기아는 왕년의 록스타 스티븐 타일러를 태운 스팅어가 오벌 서킷을 후진으로 달리며 시간을 거스르는 ‘Feel something again’ 광고를 내보냈다. 마치 나를 위한 광고 같았다. 뜨거웠던 2,30대의 열정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중장년에게 그때의 열정을 다시금 일깨우는 광고. 기아라는 브랜드가 차뿐 아니라 광고와 감성적 수단을 통해서도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EV6 GT는 스팅어가 달궈 놓은 뜨거운 가슴을 더욱 끓게 만든다. 일단 400마력에 육박하던 스팅어의 출력에 EV6 GT는 무려 200마력을 더해 600마력에 근접한 584마력을 낸다.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예전 같으면 어찌 감히 그런 성능을 품을 수 있겠는가 하면서도, 바야흐로 이젠 불가능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게다가 가속 페달을 밟자 마자 뿜어져 나오는 75.5kg.m의 최대 토크와 응답성은 내연기관은 절대 갖지 못하는 장점 아닌가. 그래서 이어지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언더독의 반란이었다. 스팅어는 이른바 ‘도장깨기’의 대명사였다. 해외 각국의 자동차 전문지들은 스팅어를 자기 나라의 내로라하는 달리기 선수들과 경쟁시키기 시작했다. 일단 이것만으로 대성공이었다. 귀엽고 저렴하고 실용적이기만 한 예전의 기아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승부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스팅어와 대결하는 상대방의 수준이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컸다. 이전까지는 도전 자체를 받아주지 않던 유명 도장의 고수를 무대로 끌어냈다는 것 자체만으로 도장깨기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EV6 GT는 도장깨기 도전자 자격 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듯하다. 우리는 이미 작년 EV6 론칭 때 공개된 쿼터마일 레이스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전기차에게는 제로백보다 불리한 조건임에도 고성능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쿼터마일 가속 레이스에 EV6 GT가 도전한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함께 스타트 라인에 선 경쟁자들이다. 포르쉐 911 타르가 4, 페라리 캘리포니아 T, 메르세데스 AMG GT, 람보르기니 우루스, 그리고 맥라렌 570S.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성능 모델이거나 그보다 위상이 더 높은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 모델들로, 이전에는 기아가 근처에 낄 엄두도 내지 못했던 브랜드들이다. 게다가 EV6 GT는 완성차가 아닌 프로토타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맹랑해 보일 수도 있는 대결이었다.

출발은 단연 EV6 GT의 완벽한 승리였다. 벌어지는 간격을 감안하면 제로백 구간에서도 EV6 GT가 선두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부분 시속 100마일(약 161km/h)을 넘어서 도달하는 쿼터마일에서는 맥라렌 570S가 간발의 차이로 선두를 차지했다. 하지만 1등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았던 EV6 GT의 빠른 가속 능력은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충분히.


모두들 전기차 시대를 자동차 산업의 전환기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혁명기’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브랜드의 순위나 위상이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기아’라는 브랜드가 혁명의 주인공이 될 지도 모른다는 소식과 증거들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EV6 GT는 기아가 부르는 한 편의 혁명곡이다. 그 곡이 이제 곧 연주되려고 한다. 다음 달이면 우리 모두 그 곡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글.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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