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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건축도 기본 뼈대가 중요하다

2022/07/18

건축과 자동차의 근본은 다르다. 건축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는 이동을 하기 위함이었다. 이 둘의 발전 과정을 역사 속에서 살펴보면 그 차이가 좀 더 와닿는다.

과거 인간을 보호한 최초의 공간부터 이야기해보자. 과거라기보다는 고대라고 칭하는 것이 좋겠다. 프랑스 라코스 동굴이다. 벽화가 그려져 있어 인류가 이곳에서 생활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던케이프 쿠루만 구릉지 동쪽의 동굴에서 인류가 180만 년 전에 거주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장소이다. 고대 인류는 감당할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천장이 있고 3면이 막힌 동굴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지금 시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고대 인류는 이곳을 통해 신변 안전을 도모했다. 이후 그리스에서 건축 기술이 발전하며, ‘Architect’라는 단어와 지금 공간들의 원형이라 할만한 건축물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자연재해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적합한 공간이 인공적으로 발생했다. 자연물에서 인공물로 넘어간 시대이다. 당시에는 종교적 의미에서 공간의 형태를 논했지만, 이마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안전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다음은 로마로 이어지고 우리가 알고 있는 순서대로 공간의 발전은 이어진다. 중세, 르네상스, 로코코 운동, 바로크 운동 그리고 근대와 지금의 현대까지. 시간이 지나며 인간은 이제 자연으로부터 꽤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소재의 발전으로 삶을 담는 상자들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니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을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일어나는 요즘이다. 지금까지 공간의 발전을 짤막하게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보호’를 기본으로 ‘만족’을 향해 공간의 역사가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역사를 살펴보자. 고대의 말을 타고 이동하는 기마에서 시작해 중세의 마차로 옮겨온다. 아마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동 수단은 공간보다 비교적 늦게 발전했다. 이동 수단으로 ‘보행’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탑재된 인간 본연의 기능 때문이겠지만 사회와 도시가 발전하며 인류는 좀 더 빠른 시간에 좀 더 먼 곳을 오가길 원했다. 베르타 벤츠가 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오늘 주제와 적합해 보인다. 당시의 자동차에서 내가 주목했던 것은 천장이다. 그 자동차는 천장이 없었다. 엔진 기관에 의해 발생하는 위험을 막는 장치도 부족해 보인다. 고장이 나면 여사님은 말 없는 마차에서 내려 엔진 기관으로 훌쩍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이니, 명백하게 이동에만 집중한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자동차의 속력이 빨라지며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차체가 발달한다. 짧은 이동 수단의 역사는 공간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동’을 주목적으로 발전하다 나중에 ‘안전’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현대에 사는 우리는 공간과 이동 수단에 있어 ‘안전’을 이미 보장받고 있다고 믿는다. 공간을 대여하거나 구매하는 목적에 안정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심미성과 지리적 조건,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를 더욱 고려한다. 모빌리티를 대여하거나 구매하는 목적 또한 안정성보다는 ‘하차감’과 주행 능력,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를 더욱 크게 받아들인다. 두 개체의 역사에서 살펴보면 순서는 다르지만 결국 거주와 이동에 있어 ‘안전’이라는 것이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안전한 자동차는 찾지 않는가?


그렇지는 않다. 대부분의 자동차는 안전 규정에 맞춘 최소한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 차량을 구매하는 단계에서는 보다 더 튼튼한 차를 찾는 이들도 있다. 눈앞에서 교통사고를 여럿 목격한 바 있는 나 역시 그 소수에 속하기도 한다. 2013년에 나온 모하비는 ‘튼튼한 차’라는 명성을 오랜 시간 유지하고 있는 모델이다. 명성에 걸맞게 외관도 그 기능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궁금했던 것은 역시 ‘왜 안전한가?’이다. 기본적으로 이 모빌리티가 안전할 수 있는 이유는 구조에 있었다. 철골 프레임으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자동차의 외관을 올리는 방식이다. 어떻게 보면 철골 건축물 시공 방식과 비슷하다. 다수의 차량이 차체 자체로 구조이자 외관이 되는 ‘모노코크’ 방식을 택한다면 모하비는 ‘보디 온 프레임’ 생산방식을 택해 더욱 강력하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유추하면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구조적 안정성과 주행 목적에 맞는 보디를 동시에 최고로 만족시키는 방식인 ‘모노코크’에 비해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은 안전을 도모한 뒤 형태를 결정해 각자 목적에 맞게 구현되기는 조금 더 쉽지 않을까? 란 생각이다. 더군다나 따로따로 결합하며 레이어를 형성하며 중간에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약간의 틈도 생길 수 있다. 공간가로서 유추하면 그러하다. 단순히 생산방식의 차이점을 가지고 유추함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이 차는 단단한 차가 맞다.


모하비는 풀체인지 없이 10년 넘는 세월을 버텨온 모델이다. 차를 잘 아는 마니아들에게는 이런 발자취가 좋게 다가가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생각은 애초에 잘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실수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너무 튼튼하게 잘 만든 IKEA의 상품이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팔려 단종이 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10여 년의 세월을 묵직하게 본연의 모습으로 버텨온 모하비는 드디어 새로운 외관을 얻었다. 하지만 본질인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은 고수해 안정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묵직함과 강인함을 현대적인 선으로 재구성했다. 동시에 긴 세월 동안 변해온 자동차의 인테리어는 현대적으로 변모했다. 모든 편의장치가 다 들어있다. 그러나 역시 조금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3,000cc의 거대한 엔진을 단 대형 SUV인 만큼 시트를 비롯한 인테리어도 두툼하고 안전해 보인다는 것이다. 현대적인 감성으로 접근한다면 얇고 세련되어야 할 테지만 이 부분만큼은 모하비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려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주행 성능에 있어서도 자동차의 묵직함은 그대로 전달된다. 엔진의 소리도 묵직하고 코너를 돌 때마다 내가 자동차와 함께한다는 감상을 쉽게 받는다. 묵직함에서 오는 ‘안전하다는 생각’ 또한 차량을 선택하면서 막연히 저버릴 수는 없는 조건이다. 주행을 하며 이차는 오프로드 주행에도 문제가 없을 거라는 확신까지 생기니, 그 단단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이 막강한 대형차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안전한 차량, 묵직한 승차감, 어디든 달릴 수 있는 자유까지, 거기에 하차감까지 고려한다면 모하비의 오너로서 가지는 ‘단단함’은 덤이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친다.

글. 문형근 (건축가, 건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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