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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의 상식을 깨버린 K5 하이브리드

2021/11/25

나는 연료를 듬뿍 쓰면서 빨리 달려야만 하는 레이서지만 연비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한 적이 있을 만큼 연비 운전에 관심이 많다. 이런 연비 운전은 교통 흐름을 멀리 내다보고 부드러운 가속 페달 컨트롤이 필수적이다. 브레이크 페달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첨단 기술을 등에 업고 나날이 발전하는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은 장거리 이동시 훌륭한 연비를 보여주는 친환경 장비로도 활용된다.

하지만 내가 직접 정교하게 연비 운전을 해서 나오는 연비 결과는 언제나 이보다 1~2km/L 정도 더 높게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레이더보다 더 넓은 시야를 보고 앞서 달리는 다른 운전자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에 크루즈 컨트롤보다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고, 미리 오르막과 내리막을 판단하고 그에 맞춰 파워트레인의 부하가 적은 상태로 주행 패턴을 변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K5 하이브리드에게 호기롭게 도전장을 던졌다. 고속도로 연비 대결. 동일하게 30분씩 같은 평균 속도로 달려 어느 쪽이 더 높은 연비를 기록하는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K5 하이브리드의 최신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HDA)과 연비왕 레이서와의 승부는 과연 어땠을까?





하이브리드, 특성에 따라 연비도 달라진다


대결을 살펴보는 데 앞서 일단 하이브리드를 살짝 더 제대로 알아보자. 연비를 향상시켜 배출 가스를 감소시키는 친환경 파워트레인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간단하고 저렴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따로 충전할 필요도 없고 외부 충전소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는 하이브리드(HEV), 주유소와 충전소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각각의 파워트레인은 고유의 특성을 갖는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가속 페달을 밟지 않는 시간에 엔진이 꺼져 있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이다. ISG 기능이 정차 시만 아니라 주행 중에도 틈틈이 개입하는 방식인 것이다. 모터 출력이 10마력급에 불과해 순수한 전기모드로 주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시동 모터 역할과 가속 시 엔진을 살짝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다. 체감할 수 있는 연비 향상도 크지 않다.

하이브리드는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개념이다. 통상 40~60마력 내외의 전기 모터와 용량이 적은 고전압 배터리를 엔진과 조합한다. 배터리 용량이 적기 때문에 감속 시 버려지는 운동에너지를 회수해 충전을 할 수도 있고 엔진이 구동력을 만들어 낼 때 발전기를 동시 구동해 금방 충전을 할 수도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팩 용량이 회생제동을 이용해 완충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크기가 커진다. 그래서 전기차 충전소 등 별도 외부 전원을 통해 충전을 해줘야 한다. 전기 모터의 출력도 100마력급 이상으로 커지게 된다. 따라서 전기 모터만으로 120km/h 이상으로 가속할 수 있고 수십 km를 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터와 배터리 무게와 부피가 꽤 나간다는 단점이 있고, 충전을 못해 전기가 모두 소진되면 엔진만으로 더 무거운 차체를 끌고 나가야 하는 가혹 조건에 빠지게 된다.


무엇보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사이의 큰 차이점은 운전자에 따라 전혀 다른 연비 결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연비 운전에 대한 통찰력이 있을 때 만족할 만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어디서 전기를 사용할지, 언제 충전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이나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정된 전기를 다 소진하고 나면 일반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더 무거운 공차중량이 남기 때문에 전기를 소진하는데 똑똑한 계획이 없다면 운전자 입장에서는 ‘의외로 연비가 안나온다’고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어떻게 타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는 어떻게 타도 연비 편차가 적은 편이다. 연비 운전과 거리가 먼, 속도 변화가 많은 주행 환경에도 빠르게 에너지를 회수하고 저장했다가 방출하기 때문에 구동계에 대한 이해도나 연비 주행법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운전자라고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연비에 도달하는 게 가능하다. 엔진의 효율이 좋은 상황과 전기의 효율이 좋은 상황을 매순간 조합해 운전자의 연비 운전 습관을 즉각 보완해 주는 셈이다. 하이브리드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 낡은 기술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하이브리드와 궁합이 잘 맞는 일반 사용자층이 넓다는 건 현 시점 기준으로도 부정할 수 없다.





연비왕 카레이서, K5 하이브리드와 대결을 펼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K5 하이브리드와의 대결을 살펴보자. 우선 고속도로 제한속도에 맞춰 HAD를 작동시킨다. 통행량은 평일 수준으로 특별히 막히는 구간이 없는 조건, 주행모드는 스마트 모드로 설정하고 연비 트립미터를 리셋했다.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주행 보조 시스템이 작동 중이니 편한 마음으로 계기판을 유심히 들여다 볼 여유가 생긴다.


K5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주로 70%에서 30% 사이를 오가며 엔진을 보조하거나 전기를 비축하기를 반복한다.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하는 시간도 적극적이다. 약한 오르막이 연속되는 구간임에도 엔진 없이 모터만으로 제한속도를 유지하며 올라가기도 한다. 전기 모터의 최대 토크가 일반적인 2L 엔진보다 더 높은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셈. 여기에 더해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어느 정도 다가올 구간의 경사도에 맞춰 최적의 파워트레인 사용 전략을 연동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통상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이 달린 기존 모델이라 하더라도 오르막 구간에서 연비 손해가 심하기 마련인데, K5 하이브리드는 언덕 구간에서 수치가 등락폭이 적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앞 차량과 간격이 좁아지면 스스로 회생제동량을 늘려 알뜰하게 전기를 저축하는 모습도 이는데, ADAS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유기적으로 협업한다는 점에서 타사 하이브리드 모델과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승부의 위기감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K5 하이브리드는 30분간 평균 연비 26.4km/L를 기록하고 나에게 운전대를 넘겨주었다. 경제속도 영역이 아닌 시속 100km/h 평속 구간에서의 결과로는 꽤 인상적인 수치다.





고속주행에서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라니


연비왕에게 하이브리드는 참 어려운 존재다. 하이브리드로 연비를 높이려면 전기 주행모드 의존도를 최대화해야 한다. 그런데 감속을 자제하고 평속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운전 스타일이기에 배터리 충전 기회는 되려 적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브리드는 경제운전을 잘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실연비 편차가 그 어느 파워트레인에 비해 적은 편이기도 하다. 물론 같은 차로 승부가 시작된 이상 집중해야 한다. 부드러운 가속페달 조작이 관건이다.

K5 하이브리드는 100km/h 고속 주행에서도 순수 전기 주행모드로 진입이 종종 이루어진다. 한 번은 순수 전기 모드로만 거의 10km 거리를 달리기도 했다. 하이브리드 배터리 팩의 크기를 고려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이는 고속 주행시 차체에 걸리는 공기 저항이 적거나, 모터의 전력 소모율(전비)가 우수하다는 증거가 된다. 고전압 배터리 잔량이 1/4 수준에 다다르기 전에 엔진 동력에 의존한 충전 작업이 재개되는 모습도 확인 가능하다. 사실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구동력 뿐 아니라 충전용 전력까지 연료를 태워 만들어야 하는, 충전을 위해 엔진이 깨어날 때 연비 부담이 가장 크다. 그러나 K5 하이브리드는 100km/h를 유지하면서 발전을 하는 순간에도 연비가 13~14km/L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발전 시 연비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는 토크 구간에 최종 기어비를 맞춘 듯 보인다.

수치를 찾아보니 역시나 반전이 있었다. 비슷한 크기의 일본 중형세단 하이브리드는 시내 연비에 비해 고속도로 연비 수치가 3~5% 정도 떨어진다. 사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다 그렇고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회생제동 빈도가 많고 낮은 기어 단수에서 엔진의 비효율성을 커버할 수 있는 시내 주행에서 연비를 끌어올리기가 더 쉬운 법.


그런데 기존 하이브리드와 다르게 K5 하이브리드는 고속 연비가 대폭 향상됐다. 심지어 시내보다 고속에서 더 좋은 수치를 끌어내는 하이브리드라니? 고속도로 장거리 사용 빈도가 높은 이들에게 하이브리드 모델을 별로 권하지 않았는데, 기술의 발전 앞에 나의 선입견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마침내 동일한 시간을 달린 후 내 트립미터에 뜬 숫자는 26.2km/L. 결국 간발의 차이로 지고 말았다.


K5 하이브리드의 효율은 저속과 고속을 가리지 않았고, 모든 테크닉을 동원해 자린고비 주행으로 만든 나의 연비주행마저 뛰어넘었다. 크루즈 컨트롤을 상대로 경험한 첫 패배이고, 쉬운 승리를 기대했던 나에게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K5 하이브리드의 최신 기술을 확인한 것 같아 이 패배가 결코 씁쓸하지 않다. 기아의 다음 하이브리드가 나오면 다시 결투 신청을 해봐야겠다.

글. 강병휘(레이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해당 콘텐츠는 작성자의 주관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기아로부터 원고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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