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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칼럼니스트의 스포티지 시승기

2021/09/17

‘아이코닉 카 디자이너들은 불쌍하다’

스포티지 시승기에서 갑자기 무슨 이야기인가 하실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나 모델들만 갖고 있는 속사정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글에서 말해왔듯이 스포티지는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모델 가운데 하나다. 지금 세계 자동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도시형 크로스오버 SUV라는 장르를 창시한 장본인이 스포티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스포티지가 탄생할 때마다 어떤 방향을 선택하는가에 소비자들은 물론 특히 자동차 전문가들은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게 되는 헤리티지를 지닌 아이코닉 카를 떠올려보자. 예를 들면 ‘포르O 9xx’ 같은 모델 말이다. 자신만의 헤리티지를 가진 모델들은 지켜야 할 가치가 분명하다. 그리고 그 가치와 철학이 형상화되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그래서 포르쉐 디자이너들은 새 모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9xx다움은 지켜야 하는 얄궂은 임무를 평생의 업보로 느끼며 일해야 한다. 족쇄가 채워진 자부심. 뿌듯하지만 뻐근하다.

스포티지의 디자이너들도 비슷한 딜레마를 겪는다. 하지만 포르O와 차이가 있다면 포르O는 지켜야 할 이미지가 강한 반면 장르의 창시자인 스포티지는 새로운 세대마다 현재의 시장을 반영하고 앞으로의 트렌드를 리드해야 하는 임무, 즉 항상 변신해야 하는 리더의 임무를 영원히 수행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즉, 항상 달라지되 또렷하게 리딩해야 하는 고된 자리다.

그래서 스포티지는 디자인이 항상 또렷했다. 그래서 새로운 세대가 태어날 때마다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지만 결국은 고개를 끄떡이게 만드는 디자인을 선보였던 것이다. 직전 세대의 스포티지가 소개했던 새로운 얼굴의 표현 방법이 자매 브랜드인 현대 SUV들의 컴포지트 디자인의 모태가 되었다는 점은 이미 브랜드를 초월하는 스포티지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이번 신형 스포티지도 디자인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일단 방향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실내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준중형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최근 준대형 세단인 K8에 처음 적용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나의 초대형 베젤 안에 내장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모두 12.3인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내 디스플레이 구성은 준중형 10.25 + 10.25, 중형 12.3 + 10.25, 준대형은 12.3 + 12.3인치라는 공식이 존재했었다. 그런데 스포티지는 이 공식을 보란 듯이, 그것도 2단계나 뛰어넘어버린 것이다. 기아와 현대 최초의 e-GMP 플랫폼 기반 순수 전기차인 EV6와 아이오닉 5도 같은 12.3 + 12.3인치 디스플레이 구성을 사용했지만 이들의 가격대가 준대형 세단을 넘는 고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포티지의 선택이 더욱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이외에도 스포티지의 인테리어는 이젠 완연히 SUV보다는 세단의 분위기를 보인다. 센터 페시아의 높이가 수평 라인 중심의 대시 보드와 높아진 센터 콘솔 사이에서 세단의 것이라고 할 만큼 낮아졌다. 시각적으로 개방감이 중심인 SUV보다 안정감과 아늑함이 돋보이는 고급 세단의 분위기로 자리잡은 것이다.

세그먼트를 파괴하는 대형 디스플레이의 채용과 고급 세단의 분위기를 가진 인테리어 디자인. 이것은 신형 스포티지가 어떤 트렌드를 반영하고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가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바로 주류 패밀리 카의 위치인 것이다. 즉, 20세기의 세단이 주류 패밀리 카였다면 21세기는 크로스오버 SUV가 주류 승용차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그 장르의 창시자가 표현한 것이다. 동시에 다양한 첨단 장비와 함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는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인 상향 업그레이드 분위기도 담아낸 것이다.


물론 크로스오버 SUV의 분위기와 유틸리티를 살리는 디자인 요소들도 분명 존재한다. 형제 모델인 쏘렌토에서 보여주었던 수직형 통풍구, 그리고 앞좌석 등받이 도어 포켓에 새롭게 추가된 시트백 미니포켓 등이 그것이다. 또한 실내 도어 릴리즈 레버가 1자형이 아닌 즉, 크로스오버 SUV의 본질을 버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바라보면 처음에는 파격적으로만 느껴졌던 외관 디자인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지난 세대 스포티지를 옆에서 보면 해치백의 연장선에 있었던 단정하고 야무진 유렵형 크로스오버 SUV의 분위기였다면 이번 세대는 일단 더 크고 크게 보인다는 점에서 포지션 업그레이드의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특히 우리 나라와 북미 등에 투입되는 롱 휠베이스 모델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커지면서 희석되기 쉬운 역동감을 더하기 위하여 날카로운 엣지와 사선을 곳곳에 사용하여 일부러 안정감을 무너뜨리는 과감한 디자인 요소들을 도입한 것이다.


주류 패밀리 카로서의 자리를 크로스오버 SUV에게 줄 것을 선언한 원조 스포티지라면 주행 감각도 그에 걸맞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타이어가 노면을 구르는 질감은 매끄럽고 과속 방지턱을 넘는 승차감은 차분하다. 그리고 쏘렌토와의 역할 분담도 주행 질감에서 드러난다. 유럽차의 단단한 승차감과 조종 감각으로 장거리 고속 투어러 느낌이었던 쏘렌토에 비해 스포티지는 일상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매끄러움이 돋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역동성이 생명인 기아 브랜드의 이미지에 걸맞게 스포티지의 승차감에도 약간의 탄탄함을 첨가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 탄탄함에서 자매 브랜드 동급 모델과의 차이가 드러난다. 즉, 브랜드를 대표하는 앰베서더 모델에 걸맞은 모습이다.

SUV와 MPV 등 라이프스타일 모델에 강점이 있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가진 기아 브랜드라는 점에서 신형 스포티지의 포석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젠 크로스오버 SUV가 주류 시장을 접수한다는 선포이기 때문이다. 쏘렌토와는 결이 다른 승차감으로 기아 브랜드의 수비 범위를 넓히는 것이 그 증거다.


그리고 신형 스포티지는 3세대 플랫폼으로 빚어낸 중형-준중형 크로스오버 SUV 라인업의 진화를 마무리하며 미래차로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진용이 완성되었음을 선포하는 주인공이 됐다. 전환기를 책임지는 대표 모델의 막중한 임무를 새로운 스포티지는 훌륭하게 완수해냈다.

글.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해당 콘텐츠는 작성자의 주관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기아로부터 원고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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