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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시승기

2021/08/26

스포티지가 벌써 5세대에 접어들었다. 인기는 꾸준하다. 전 세계 누적 판매 대수가 600만 대를 넘기며 기아 모델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신형이 나왔다고 하니 이전 세대에 관심이 간다. 1993년 처음 나온 1세대 모델은 이제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2004년 출시됐던 2세대 모델 ‘뉴 스포티지’는 나온 지 17년이나 지났음에도 간간이 도로에서 볼 수 있다. 신차 소식을 듣고 주의 깊게 도로를 보니 더 자주 눈에 들어오는 것일까, 얼마 전에는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한 대 목격했다. 아파트 주민의 차였는데도 신경을 쓰지 않은 탓에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가 보다.

2세대 스포티지는 여전히 선명한 기억을 남기는 모델이다. 출시 당시 대표색이던 파란색 모델을 시승했다. 1세대보다 도심형 성격을 더 강조하고 차체도 프레임에서 모노코크로 바뀐 데다가 준중형급 세그먼트를 개척하는 모델이어서 인상 깊었다. 도심형 SUV 시장을 열었던 1세대 못지않게 2세대도 기아 SUV의 전환점을 이룬 중요한 모델이다.

17년이 지나 5세대 모델을 접하면서 2세대 생각이 많이 난 이유는, 5세대 역시 전환점이 될 만한 많은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승차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5세대 스포티지는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가 동시에 나왔다. 특별 모델 성격이 강했던 하이브리드는 라인업에 아예 없거나 나중에 추가되는 식이었지만, 출시때부터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내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하이브리드가 보편화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인 전동화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진행됐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이다.





더 조용하고, 강력하며, 효율적인 파워트레인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1.6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을 이룬다. 엔진 최고출력은 180마력, 최대토크는 27.0kg.m, 전기모터는 44.2kW와 264Nm다. 시스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230마력과 35.7kg.m, 변속기는 자동 6단을 사용한다. 1.6L 가솔린 터보 모델과 엔진 제원은 같은데,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면서 더 강력한 성능을 보여준다. 복합연비는 16.7km/L(시승차는 빌트인캠 모델이어서 16.3km/L)로 디젤 14.6km/L보다 높다.

시동을 걸면 하이브리드의 특징이 곧바로 드러난다.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대기 상태여서 조용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지잉~” 전기모터 작동음을 내며 매끈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속에서는 한동안 계속 전기모터로 달리다가 속도가 올라가고 힘을 내야 할 때가 되자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상 주행에서 힘은 여유롭다. 주행모드는 에코, 스마트, 스포츠로 나뉘는데 에코 모드에서도 연비를 위해 힘을 억제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스포츠로 바꾸면 힘차게 치고 나가는데 기대 이상으로 경쾌하다. 연비를 위해 힘을 포기한 차가 아니라 연비와 힘, 둘 다 만족하는 차라고 여길 만하다.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에는 에너지 흐름도를 띄울 수 있다. 힘의 흐름과 충전 과정이 한 눈에 보인다. 일련의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게 돌아가고, 각 과정의 전환도 매우 빠르다. 주행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서 최적 효과를 낸다는 뜻이다. 과정의 전환이 순식간에 부드럽게 이뤄져서 달릴 때 이질감은 거의 들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작동이 매끈한데다가 서스펜션은 적당히 단단하고 정숙성도 우수해서 전반적인 승차감이 쾌적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전기모터를 제어하는 E-라이드와 E-핸들링 기능이 전용으로 탑재된다. E-라이드는 턱을 넘을 때 쏠림을 완화하고, E-핸들링은 방향을 바꿀 때 민첩성과 안정성을 향상한다. 덕분에 키 큰 SUV치고는 움직임이 안정적이고 부드럽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운전자의 실력이 좋아진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반대로 디젤 4WD 모델에는 전용으로 오토 기능을 더한 터레인 모드가 탑재된다. 기존 머드/스노우/샌드 외에도 지형 조건에 따라 4WD, 엔진, 변속기, 제동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기능인데, 이 역시 나중에 경험해보고픈 스포티지만의 기능이다.


하이브리드를 사는 사람이 가장 크게 고려하는 점은 연비다. 하이브리드는 일반적으로 도심 연비가 더 좋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복합, 도심, 고속도로 연비(km/L)가 각각 16.7, 17.4, 15.9(빌트인캠 모델은 16.3, 16.6, 15.8)다. 이번 시승은 하이브리드에 불리한 고속도로 위주로 연비를 체크하기 위해 400km 정도 구간을 달렸다. 에어컨은 섭씨 22도 자동으로 맞췄고, 주행모드 사용 비율은 에코:스마트:스포츠가 5:4:1 정도 된다. 속도는 제한속도 ±10km/h 범위를 유지했고, 막히는 구간은 거의 없었다. 연비를 의식하지 않고 평소 습관대로 달렸는데 20km/L 정도 나왔다. 작정하고 연비 위주로 달린다면 효율성은 더 높아지겠지만, 무게 1625kg인 준중형 SUV인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만 되어도 만족스럽다. 제한 속도를 한참 초과해서 달린다거나 ‘급’자 들어가는 운전을 하지 않는 이상, 정체 등 변수가 발생해도 연비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을 듯하다. 이런 장거리 정속주행은 개인적인 자동차 이용 패턴인데, 도심 위주로 달린다 하더라도 하이브리드 특성상 연비는 높게 나오리라 예상한다.





파격으로 포장한 넉넉해진 차체


디자인은 파격 그 자체다. 여러 요소를 결합하면서도 세련되게 다듬었다. 변화 폭은 크지만 커다란 그릴에 호랑이코 형태는 남겨 놓아서 기아 디자인 정체성을 그대로 이어간다. 앞에서 보나 옆에서 보나 부메랑처럼 생긴 주간주행등이 독특한 개성을 살린다. 옆은 낮고 늘씬한 크로스오버처럼 보인다. 전면부의 파격을 중화하듯 뒤는 상대적으로 단정하고 깔끔하게 처리했다. 파격 정도가 큰 데다가 다른 기아 모델과 연결되는 요소가 적어서 좀 낯설어 보이지만, 익숙해지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요즘처럼 디자인 경쟁이 치열한 때에 이 정도는 되어야 눈길을 끌지 않나 싶다.


파격적인 첫인상과 동시에 보자마자 커졌다는 느낌도 든다. 실제로 길이는 175mm 늘어난 4,660mm, 휠베이스는 85mm 늘어난 2,755mm다. 폭과 높이도 10mm, 25mm 커졌다. 준중형과 중형 사이를 메우는 새로운 차급이라고 할 만하다. 늘어난 길이와 휠베이스는 실내에도 그대로 반영되어서 공간 전체가 널찍하다. 뒷좌석은 무릎 공간이 넉넉하고, 파노라마 루프가 달렸는데도 머리 공간도 여유롭다. 뒷좌석 등받이 조절 각도 범위도 넓어서 편안한 자세를 잡기에도 좋다. 트렁크는 넉넉하고 바닥 밑에 추가 공간을 마련해서 활용도가 높다. 2열을 접으면 큰 짐도 수월하게 넣을 수 있다. 예전에는 준중형 SUV를 어린아이를 둔 가족에게 어울리는 차로 여겼는데, 스포티지는 다 큰 자녀를 둔 가족이 타기에도 알맞을 정도로 커졌다.


실내 공간은 최신 기아 트렌드를 반영해 깔끔하고 알차게 구성했다. 12.3인치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모니터를 부드럽게 곡면으로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실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복잡할 정도로 많은 기능을 담았지만 사용하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태블릿만큼이나 쉽다. 공조장치와 인포테인먼트는 별도 터치스크린에서 조절하는데 한 화면에 번갈아 나타나게 구성했다. 인테리어를 단정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옷걸이형 헤드레스트와 1열 시트 뒤에 달린 지퍼 달린 미니 포켓 등 소소한 아이디어로 실용성을 높였다. 1열 시트 옆에는 각각 C타입 USB 충전 단자를 달아서 뒷좌석 승객이 편리하게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도록 했다. 2열 편의성에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은 혼자 타는 차가 아니라 함께 타는 차의 성격을 잘 대변한다. 혹은 2열을 폴딩하고 차박 등을 할 때에도 편리함을 더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첨단 주행보조 기능은 10여 개가 넘는데, 기아에서 제공하는 것은 거의 다 갖췄다고 해도 될 정도다. 일반적으로 이런 기능은 차급에 따라 차등을 두기 마련인데, 스포티지는 거의 모든 기능을 다 갖추고 있어 고급차를 타는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이번에 탈 때 가장 편하게 사용한 기능은 HDA(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이다. 차가 알아서 속도, 앞 차와의 거리, 차선을 유지하며 주행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운전대만 잡고 있으면 된다. 기능을 끄고 달릴 때와 피로도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우스갯소리로 ‘경차 사려다 롤스로이스 산다’라는 말이 있다. 기아 버전으로 바꾼다면 ‘모닝 사려다가 K9 산다’가 되겠다.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장비를 고르다 보면 가격이 올라가고, 그 가격이면 윗급을 사게 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가장 꼭대기에 있는 모델을 고르게 되는 과정을 나타낸 말이다. 스포티지는 위급으로 올라가는 과정을 딱 끊어주는 차다. 큰 차를 원한다면 쏘렌토로 가는 게 맞겠지만,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적절한 가족차를 원한다면 스포티지로도 충분하다. 스포티지 안에서 성능과 장비와 옵션과 효율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꽉 찬 아랫급이냐 덜 들어간 윗급이냐는 차를 살 때 늘 고민하는 문제다. 스포티지는 이런 고민을 덜어준다. 준중형 SUV는 소형과 중형 사이에 끼어서 자칫 어정쩡한 모델이 되기 쉬운데,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준중형 SUV만의 가치를 잘 살려냈다.

글.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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