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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변했지만 한결같은 SUV, 스포티지

2021/06/24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여름이 되었다. 2021년의 절반이 지난 것이다. 빠르게 지나는 세월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멈춰 뒤를 돌아보니 흘러간 시간들이 만만치 않다. 100세 시대에 이제서야 절반을 살짝 넘은 나이에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다고?’라는 생각에 깜짝 놀라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모델의 풀체인지 소식을 들을 때도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된다. 제조사, 모델에 따라 차이는 있어도 대체로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7년 주기로 풀체인지 모델의 출시 소식이 나온다. 그 앞 3년 정도의 준비기간까지 더하면 8~10년 정도가 한 모댈의 수명이라 할 수 있다. 한 세대를 평균적으로 6년이라 해도 5세대를 거치면 30년이 지난 셈이다. 갓난 아기에서 청년으로 성장할 시간이다. 게다가 새 차는 당대 유행하는 디자인과 최신 기술을 담는다. 시간이 지나 구형이 된 모델도 그 당시에는 당시 트렌드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차였을 것이다. 곧 5세대 모델의 출시를 앞둔 스포티지도 그랬다.


1세대 스포티지는 ‘파격’ 그 자체였다. 1991년 일본 도쿄에서 최초 컨셉트 모델이 선보였을 때, 세계적으로 준 충격은 꽤 컸다. 스포티지 이전까지 SUV라는 이름이 붙은 차들은 다 덩치가 크고 무겁고 비쌌다. 또 SUV는 터프함의 상징이던 시절이라 거칠던 시절이었다. 첫 스포티지는 파격적이었다. 보디 온 프레임 구조라는 한계는 있지만 온로드 달리기를 더 강조한 도심형 컴팩트 SUV라는 타이틀을 세계 최초로 달았다. 5도어 모델의 차 길이는 4,125mm로 현재 컴팩트 SUV라 불리는 셀토스보다 250mm나 짧았다. 나중에 뒤쪽 트렁크 공간을 키워 차체 길이를 4,430mm로 늘린 그랜드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1세대 스포티지는 시대를 앞선 차였다. 둥글둥글한 디자인은 당시기준으로 낯 설긴 해도 세련된 모습이었고 SUV에는 매우 드물었던 코일 스프링, 당시의 SUV보다 적어도 200kg 이상 가벼운 차체 덕분에 경쾌하게 달렸다. 낮은 최저지상고는 오프로드에서 조금 불리했지만, 앞뒤 바퀴의 바깥쪽인 오버행이 짧아 접근각과 이탈각은 매우 좋았다. 조금만 큰 타이어를 끼우고 차체를 살짝만 높이면 오프로드에서도 괜찮은 실력을 발휘했다.

게다가 1세대 모델은 국산차로는 매우 독특한 개발 과정을 지난 차이기도 하다. 지금도 몇몇 고성능 브랜드에서나 가능한 ‘출시 전 모터스포츠 출전 – 양산차 반영 – 출시’의 과정을 거쳤는데, 출시 전인 93년 초, 죽음의 랠리라 불리던 ‘파리-다카르 랠리’에 출전해 비공식 완주를 한 기록이 있다. 아마도 국산차에서는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닐까 싶은데, 세계 최초로 무릎 에어백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까지 생각하면 1세대 스포티지가 얼마나 시대를 앞선 차였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2004년 나온 2세대 스포티지는 파격적인 변신을 거쳤다.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승용차와 같은 모노코크 섀시를 얹으며 완벽한 도심형 SUV가 되었다. 특히나 엔진을 세로로 얹은 후륜 구동 기반의 4WD에서 가로로 얹은 앞바퀴굴림 기반의 AWD가 된 것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였다. 2단 트랜스퍼 케이스와 로기어가 없어졌지만, 동급의 승용 세단 대비 짧은 차체와 높은 시트포지션은 다루기 편한 SUV로 변화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넓은 실내와 적재공간 등 SUV가 가지는 고유의 장점도 그대로 이어갔다.


아마 지금의 2-30대가 ‘스포티지’하면 떠올리는 차는 2010년 나온 3세대, 스포티지 R일 가능성이 크다. 중형 세단의 플랫폼을 쓰기 시작해 차체 길이가 1세대 롱보디 버전인 그랜드 모델보다 커진 4,400mm가 되어 더 당당한 차체를 갖게 됐고, 날렵한 헤드라이트를 비롯한 파격적인 디자인 요소들로 주목을 받았다. 이는 2007년 선보인 컨셉트카 KCD-3와 KND-4에서 가져온 것으로 같은 해 데뷔한 중형 세단 K5와 함께 타이거 노즈 그릴을 작용해 ‘디자인의 기아’를 만든 차가 되었다. R이 뜻하는 레볼루션(Revolution)은 말 그대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와 해외 다양한 디자인 상을 수상했고, 설계부터 완전히 다시 만든 R 디젤 엔진은 유로5를 만족하는 것은 물론 세계에서도 통할 정도의 내구성과 성능을 발휘했다.


2015년 데뷔한 4세대 스포티지는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을 위한 모델이었다. 길이 4,480mm, 휠베이스 2,670mm로 몸집을 키운 스포티지는 전세계적인 SUV의 인기에 따라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1세대 약 56만 대, 2세대는 두 배가 넘게 늘어 120만 대를 돌파했다. 3세대는 여기에서 100만 대가 더 늘어 220만 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글로벌 모델이 된 4세대는 2016년 5월 한 달에만 해외 시장에서 5만 208대가 팔리며 처음으로 월 5만 대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데뷔 후 지금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무려 600만 대 이상으로 기아 브랜드 중 1위다. 게다가 그 중 538만 대가 수출 판매량으로 글로벌 인기 모델로 자리잡았음을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4세대 모델이 이렇게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10년대 중반부터 SUV의 인기는 급격히 치솟았다. 뛰어난 활용성, 과거의 투박한 이미지를 벗은 디자인, 동급의 세단과 비교해도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는 연비 등이 주된 인기 요인이다. 게다가 준중형 SUV는 같은 가격대의 중형 세단과 비교할 때 300mm 가까이 차체 길이가 짧아 운전이나 주차하기가 수월한 데다 머리 공간 여유가 세단보다 훨씬 더 넓어 공간감을 느끼기에 유리했다. 특히 2열 시트를 나눠 접을 경우 훨씬 넓어지는 적재공간 등은 많은 사람들이 승용 세단에서 SUV로 갈아타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는 조금 사정이 달랐다. 세계 시장처럼 SUV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비슷하지만 크기와 가격 면에서 합리적인 컴팩트 SUV와 넉넉한 크기와 상품성을 지닌 중형급 이상 SUV가 주력이었다. 그 사이에서 준중형 SUV는 적당한 가격과 좋은 핸들링 성능, 합리적인 상품성을 지녔음에도 이도 저도 아닌 취급을 당하며 판매량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준중형 SUV 위 아래 세그먼트가 많이 팔리며 ‘끼인 모델’이 된 것이 원인이었다. 컴팩트 SUV와 중형 SUV 모두 차체가 커지면서 준중형 SUV의 존재가 희미해진 것도 원인 중의 하나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5세대 스포티지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준중형 SUV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던 흐름을 단숨에 바꿀 기세다. 외관은 최근 기아 디자인의 흐름에 따라 신선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반영해 역동성을 심플한 디자인에 녹여냈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4세대 스포티지보다 휠베이스, 차체 길이 등 많은 수치가 더 커지고 그 안에 넉넉함을 담아냈으리라 기대된다. 디젤이 중심이던 과거 SUV 흐름을 벗어나 더 친환경적이고 연비까지 좋은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파워트레인이 주력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시장의 트렌드를 잘 읽어낸 변화라 할 수 있다.


1993년 1세대 스포티지가 데뷔했을 때를 다시 떠올려 보자. 그 해 상계에서 당고개까지, 서울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지하철 4호선이 처음 개통되었다. 대학 입시에서 학력고사 대신 대학수학능력 평가가 처음 시행된 해기이도 하다. 까마득한 그 옛날, 그때 스포티지는 ‘세계 최초’를 불러온 혁신 그 자체였다. 2021년의 5세대 스포티지는 어떤 차가 될까? 처음 그 스포티지처럼 세그먼트 전체를 뒤흔들었던 혁신의 정체성이 기아라는 브랜드가 가장 크게 변화한 2021년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생각해 보면, 5세대 스포티지는 기아의 혁신과 새로운 브랜드 방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 될 것이기에 더 큰 기대를 품게 된다. 모든 세대의 스포티지는 꾸준하게 차근차근 변화하며 30년 시대를 이끌어 왔다.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며 세계는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가는, 팬데믹이 끝나는 이 시기의 스포티지를 기다린다.

글.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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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콘텐츠는 기아로부터 원고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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