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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K3 시승기

2021/05/10

수많은 길 사이에도 원칙이 있다는 바둑판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던 장그래. 그는 그보다 더 논리적이지 못한 사회 생활에서조차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이었을 뿐, 그는 결국 사람을 얻었고 성공적 인생을 찾아냈다.

드라마 미생의 줄거리다.

쉽지 않은 환경, 그리고 너무나 강력한 경쟁자.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이겨낸다면 그것은 진정한 실력일 것이다.


기아의 새로운 준중형 세단, 더 뉴 K3가 놓여있는 상황이 바로 이렇다. 세단, 그것도 준중형 세그먼트는 가장 가혹한 시장 가운데 하나다. 세단들은 이미 크로스오버 SUV들에게 패밀리카의 자리, 즉 주류의 지위를 내어주었다. 그나마도 준중형 SUV들은 소형 SUV들이 전 세계에서 다양한 세부 장르를 망라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데다가 위에서는 실속형 중형 SUV들마저도 찍어누르는 사면초가, 상하협공에 밀리고 있다. 하물며 준중형 SUV 마저도 힘든 상황인데 준중형 세단들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준중형 세단이 두 모델밖에 남지 않았다. 해외 시장에서도 이제는 싱싱한 신형 준중형 세단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린 경우 우리는 두 가지 반응을 예상할 수 있다. 전자는 ‘그래도 괜찮을 거야’를 반복하며 현실을 외면하는 자기 최면에 빠지는 경우이고, 후자는 ‘그래, 방법을 찾아보자’라며 냉정을 잃지 않고 현실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며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보는 경우다.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있으리라. 전자는 일단 마음은 편하겠지만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고 후자는 그 과정은 정말 고통스럽겠지만 성공적으로 난관을 이겨낼 가능성이 있다.


‘이겨낼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집중해보자. 준중형 세단 시장이 크게 축소됐음에도 분위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완성도 높은 두 모델이 중형 세단 시장에 활기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준중형 세단을 새로운 관심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더 많은 소비자들이 준중형 세단 시장으로 되돌아오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시장이 커진다면 더 이상 제로섬 게임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경쟁자 A 모델과 더 뉴 K3가 공존할 수 있는 기본적 요건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야구에서 타자가 많은 안타를 치는 방법은 무엇일까? 높은 타율? 맞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더 많은 게임에 출전하고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서면 더 많은 안타를 칠 수 있다. 그러니까 준중형 세단 시장이라는 프로 야구 리그가 더 많은 경기를 치르는 리그로 확대되면 더 뉴 K3라는 타자가 더 많은 안타를 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질이 없는 선수를 더 많은 경기에 출전시키는 감독은 없다. 그렇다면 더 뉴 K3가 어떤 면에서 자신만의 차별점과 강점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하여 더욱 강화된 면은 무엇인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 점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더 뉴 K3는 모처럼 넓어진 준중형 세단 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요즘은 너도나도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차를 이야기하는 자동차의 전환기이다. 작년에 출시된 모델이 벌써 식상해지고 기술적으로 뒤처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자동차의 발전은 엄청나게 빠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어떤가? 물론 신기술과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고객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이 대다수일까? 특히 대중 브랜드의 고객들 중 얼마나 될까? 게다가 보수적이고 실속에 민감한 고객들이 많다는 준중형 세단 시장이라면? 그렇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아주 보편적인,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들 같은 사람들이다.

이런 면에서 더 뉴 K3는 분명 기회가 있다. A 모델 대비 약간 높은 시트는 초보 혹은 앉은키가 작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다. 개방감을 강조하는 A 모델과는 반대로 마치 유럽 모델처럼 프라이버시가 느껴지는 아늑한 감각의 실내를 좋아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면에서 더 뉴 K3는 경쟁 모델과 ‘다른’ 장점을 지닌 매력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더 익숙한 고객들은 감히 말하건대 준중형 세단 시장의 다수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더 뉴 K3가 기본기에서 부족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신형 더 뉴 K3를 시승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이 깔끔한 주행 감각이었다. 아반떼가 짧아진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이용하며 생동감을 살리는 설정이었다면 더 뉴 K3는 좀 더 유럽 모델처럼 탄탄한 설정으로 차체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탄탄한 감각이었다. 그래서인지 감각적으로는 더 뉴 K3의 움직임이 훨씬 묵직하고 든든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다. 탄탄한 후륜 서스펜션 설정은 승차감에서는 약간 단단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조종 감각에서는 확실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아늑하게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실내 분위기는 꽤 고급스럽게 보인다. 앞좌석 공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 집중한 부분은 장비의 업데이트와 디자인의 신선미였다. 장비 수준에 관한 한 더 뉴 K3는 신형 플랫폼을 가진 모델들에게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와 10.25인치 AVN 모니터 등을 포함한 현대차그룹 동급 모델들의 최신 기능들을 모두 갖고 있다.


디자인 업데이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 변화가 보인다. 2018년 올 뉴 K3가 출시되면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요소 가운데 하나가 야무진 디자인이었는데 그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그대로 유지하면서 라이트와 로워 그릴 등 시각적으로 중요한 스타일링 요소에 업데이트를 집중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전히 야무지면서 더 신선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지나치지 않은 보편적 시각에서 딱 필요한 수준이다.


파워트레인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 기존 K3는 그룹 전체에서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을 최초로 선보인 모델이기 때문에 이미 신선하기 때문이다. 1.6 듀얼 포트 인젝션 엔진과 IVT 무단 변속기는 K3라는 이름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정도다. 그리고 이번에 해치백 모델로 정리된 1.6 터보 GT 모델은 다이내믹한 기아 브랜드의 분위기를 그대로 잇는다.

앞서 야구 선수가 안타를 많이 치는 방법을 이야기했었다. 많은 경기, 많은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많은 경기에 꾸준하게 출장하는 선수는 감독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다. 안정적으로 팀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점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존재는 베스트셀러이지만 실제로 더 사랑하는 책들은 꾸준하게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서점과 출판사의 경영에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대중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친숙한 분위기와 함께 새로운 트렌드에 어울리는 신선도를 유지하는 K3에게서 스테디셀러의 역할을 기대한다. 더우기 아반떼가 새롭게 영입한 젊은 고객들은 앞으로 여러 번 차를 바꾸어야 할 소중한 고객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스테디 바이어로 만드는 것은 우리가 대중브랜드를 ‘메인스트림’ 브랜드라고 부르는 이유와 일치한다. 그것은 대중들이 많드는 거대한 흐름, 즉 주류 문화다.


미생의 장그래는 우리가 흔히 꿈꾸는 출세나 사회적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고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사실, 우리가 솔직히 원하는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닐까. 기아 더 뉴 K3의 마케팅을 계획하며 ‘미생’과 ‘장그래’를 떠올린 것은, 우리 일상에서 더 뉴 K3와의 오랜 동행을 그렸기 때문 아니었을까?

우리도 스테디셀러가 되고 싶다. 더 뉴 K3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

글.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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