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픽셀 이것은 후속이 아닌 새로운 '8'
본문 바로가기

이것은 후속이 아닌 새로운 '8'

2021/04/21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차종을 늘리는 데 치중한다. 적은 비용으로 수익을 내기 좋기 때문이다. '쿠페형 SUV', '크로스오버' 등 복잡한 장르도 이런 이유에서 생겨났다. 차종이 늘어나는 만큼 다양한 이름도 필요하다. 기아는 그 동안 플래그십 세단 K9과 준대형 세단 K7 사이에 한 자리를 비워왔다.

어색하고 낯설지만 새로운 K8가 등장했다. 이름만 놓고 보면 K7과 K9의 틈새 모델이라 생각할 법하다. 하지만 틈새가 아니다. K7은 사라지고 K8만 남아 K8가 K7의 후속 모델인 셈이 됐다. 궁금증이 생긴다. 왜 숫자를 8로 바꿨을까? 새로운 숫자를 사용한 만큼 완전히 새로운 차를 의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K7이 사라졌으니 K8는 틈새 모델이 아니라 정규 모델이다. 설사 K7이 다시 나온다 해도, K8를 선보인 이상 K7이 틈새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큰 차체에 녹여낸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


K8를 실물로 처음 봤을 때, ‘차가 참 크다’라는 느낌이 든다. 실제 수치를 보면 진짜 크다. 길이는 5015mm, 폭은 1875mm, 높이는 1455mm다. 준대형급인데 길이가 5m가 넘는다. 요즘 차 크기가 전반적으로 커지는 추세지만, 5m는 여전히 심리적으로 대형차의 기준으로 여기는 수치다. 지금까지 준대형차 하면 ‘중형차보다 좀 더 큰 차’라고 생각해왔는데, K8는 준대형차를 ‘대형차에 가까운 차’로 인식을 바꾼다.

수치상으로는 대형차에 가깝지만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대형차와 거리가 멀다. 쿠페 감성을 불어넣은 패스트백 디자인을 채택해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차가 커질수록 역동적인 감성을 살리기가 쉽지 않은데, K8는 큰 차체를 매끈하고 날렵하게 다듬었다. 대형차급으로 인식하면 구매자도 부담이 클 텐데, 디자인에서 크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낸다.


큰 차에 적용한 패스트백 디자인도 과감한데, 전면부 디자인은 더 파격적이다. 그릴은 다이아몬드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보석 패턴을 디자인 요소로 삼았다. 테두리 없이 범퍼와 일체형인 구조가 독특하다. 크기도 커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고, 차체와 같은 색으로 처리해 더욱더 특별해 보인다. 그 위로 새롭게 만든 기아 로고가 큼지막하게 자리한다. 새롭게 탄생한 K8와 기아 로고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그릴 옆에 다이아몬드 모양이 점점이 박힌 방향지시등 겸용 주간주행등도 참신하다. 차 잠금을 해제하면 다이아몬드 램프 10개가 무작위로 잠시 반짝인다. 신기한 나머지 몇번을 잠그고 해제하기를 반복했다. 후면부는 가로로 길게 배치한 테일램프와 뾰족하게 솟은 트렁크 리드가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다. 지금까지 기아 신차는 처음 봐도 익숙한 세련된 디자인이 특기였는데, K8는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파격을 앞세운다.





첨단이 깃든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실내는 간결하고 고급스럽다. 대시보드는 탑승자를 감싸듯 도어까지 연결되고, 테이블처럼 평평한 층을 이뤄 아늑한 분위기를 일궈낸다. 소재 질감이나 색 조합도 고급스럽다. K9과 더불어 기아의 윗급을 책임지는 고급 모델이라고 할 만하다.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는 하나로 연결해 첨단 이미지를 살렸다. 중앙 디스플레이 아랫부분 공조장치와 인포테인먼트 조절도 터치로 처리해 깔끔하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편의장비는 실내에서 누리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에르고 모션 시트는 체형 정보를 바탕으로 자세를 권고하고 마사지 기능도 갖췄다. 스포츠 모드 또는 시속 130km가 넘어가면 공기주머니 7개가 부풀어 몸을 확실하게 잡아준다. 오디오는 고급 수입차에서 보던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이다. 스피커는 14개. 오디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모드에 따른 음감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자동차 속도 변화에 따라 음향을 보정해서 항상 최적화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차가 큰 만큼 실내 공간도 넓다. 앞좌석을 편한 자세로 앉은 상태에 맞춰 놓고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은 손바닥 하나 길이 정도 공간 여유가 생긴다. 머리 공간은 주먹 하나 정도 들어간다. 패밀리 세단이라는 차의 성격상 완전한 쇼퍼 드리븐은 아니지만, 쇼퍼 드리븐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 동승석을 최대한 앞으로 밀면 아주 널찍한 공간이 생긴다. 뒷좌석에도 열선과 통풍 시트와 공조 제어 기능을 갖췄고, 암레스트에 일부 기능 조절 스위치도 있어서 대형 고급 세단 뒤에 앉은 듯한 기분이 든다.

뒷좌석 공간을 꽤 여유롭게 확보했는데도 차가 길어서 트렁크 공간이 안쪽까지 상당히 깊다. 안쪽 끝에 손이 닿으려면 상체를 수그리기만 해서는 안 되고, 트렁크 안에 몸을 집어넣어야 할 정도다. 차의 길이와 널찍한 트렁크를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넉넉한 힘, 경쾌한 주행 감각, 편리한 운전


엔진은 2.5L와 3.5L 자연흡기 가솔린, 3.5L LPi 세 가지가 나오고, 하이브리드는 조만간 선보인다. 3.5L 가솔린 모델은 AWD도 선택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부드럽게 회전하는 V6 엔진과 사륜구동의 조합은 이 차의 주행 질감을 극대화시킨다. 국산 일반 준대형급에도 AWD가 들어간다니, 늦은 감이 있지만 구동계 다양화를 시작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시승차는 3.5L 가솔린 전륜구동 모델이고, 최고출력은 300마력, 최대토크는 36.6kg•m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출력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해도 300마력은 작은 출력이 아니다. 가속은 여유롭다. 치고 나가는 특성을 보이기보다는 부드럽게 밀고 나간다. 일상에서는 충분히 차고 넘친다.


변속기는 단을 오르고 내릴 때 반응이 빠른 편이고 매우 부드럽게 넘어간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스마트, 마이 드라이브로 나뉜다. 마이 드라이브 모드는 파워트레인, 스티어링 휠, 서스펜션을 기호에 맞게 구분해서 세팅할 수 있다. 에코 모드에서도 연비를 위해 성능을 제약하는 느낌이 크지 않아서, 연비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에코에 놓고 다닐 만하다. 이것저것 신경 쓰기 귀찮다면 스마트에 고정해 놓으면 된다. 스포츠는 과격하게 변신하기보다는 더 경쾌해지는 수준이다

차체는 길지만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급한 커브나 급하게 차선을 바꿀 때도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다. 승차감은 살짝 단단한 편이다. 타는 사람 취향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바는 다르겠지만, 푹신하거나 무르지 않아서 오히려 낫다. 주행모드에 따라 서스펜션 세팅도 달라진다고 하는데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주행모드나 승차감이나 스포츠카처럼 차의 본질에서 접근하기보다는 패밀리카 특성 범위 안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19인치 타이어를 낀 모델의 연비는 도심, 복합, 고속도로가 각각 1L에 8.8, 10.3, 13.0km다. 고속화도로와 국도 위주로 300km 이상 달리고 난 후 연비는 대략 1L에 15km 정도 나왔다. 배기량 큰 가솔린 엔진이라 연비에 한계는 있겠지만, 차급이나 엔진을 고려했을 때 만족할 만한 연비다.


첨단 운전 보조 장치는 만족도가 높다. 들어갈 만한 기술은 대부분 갖춰서 주행이나 주차 등 여러 상황에 편리하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다. 속도와 거리를 설정하면 차선에 맞춰서 알아서 잘 달린다. 대략 15초 정도마다 스티어링휠을 잡으라는 경고가 뜨는데, 경고만 없다면 자율주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향지시등을 작동하면 차선까지 알아서 바꾼다. 제한속도보다 빠르게 달릴 때 과속단속 카메라나 급한 커브가 나타나면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미리 속도를 줄인다.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할 때 아주 유용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주변 차를 표시하는 기능도 도로 상황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K8는 엄밀히 따지면 현재 준대형급과 대형급 사이에 자리 잡는다. K7과 K9 사이를 메우는 변종 모델에 그쳤을지 모르지만, 기아는 K7의 후속을 아예 K8로 업그레이드했다. 틈새 모델이면서 곧바로 정규 모델이 되었다. 자동차 모델 구성에서 이름에 붙은 숫자 하나의 차이는 꽤 크다. 7이 8로 바뀌었다는 점은 큰 변화다. 내용은 7인데 숫자만 8로 바꿨다면 고객 기만일 텐데, 숫자에 맞게 국산 준대형차의 기준을 아예 한 단계 올려버렸다. 위급 수준의 완전히 다른 차가 되었는데 이름은 그대로 7이었다면, 그것 또한 어울리지 않는 이름일 뻔했다.

크기, 성능, 고급성, 편의장비 등 K8는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뛰어올랐다. 기아에 고급 브랜드가 없어서 그렇지, 고급 브랜드 모델로 나왔어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다. 명목상 K7의 후속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다. 단순히 1을 더한 숫자 변화지만, 이름의 뜻을 아주 잘 살렸다.

글.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해당 콘텐츠는 작성자의 주관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0

공지·이벤트의 다른 글 보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