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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6가 기대되는 이유

2021/04/14

그야말로 전기차 전성시대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 새 차가 나오는 것인지 새 차가 나와서 관심이 높아진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소를 위해 기업 평균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당위성 때문이라도 순수 전기차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그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온 몇몇 전기차 전문 업체를 제외하고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니 관심을 끄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기아 EV6는 여러모로 기대가 크다. 우선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가 처음으로 적용된 전기차라는 점이 그렇다.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을 뜻하는 것으로 서로 대조되는 조형, 구성, 색상 등을 조합함으로써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의미다. 앞모습부터 기존의 호랑이 코 그릴을 전기차 전용 모델로 재해석한 것은 물론 실내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친환경 소재 등을 적용해 새로운 감각이다.





국산차 사상 가장 강력한 동력성능


EV6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역시 ‘숫자’다. 무엇보다 가장 충격을 준 것은 GT 모델의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 3.5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70년 가까이 된 국산차 역사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430kW급의 듀얼 모터로 최고출력 584마력과 최대 토크 75.5kgf.m를 발휘하는 덕분이다. 최고속도가 시속 260km에서 ‘제한’된다는 것도 전기차/내연기관 차를 통틀어 국산차에서 처음이다. 전기차를 고르는 기준으로 자주 쓰이는 1회 충전 주행거리 유럽 WLTP기준으로 롱레인지가 510km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도 새롭다.





시간의 여유를 만드는 충전성능


여기에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이 있다. 외부에서 들어온 400V 전압을 800V로 올려 빠르고 안정적으로 충전한다. 현재 전기차를 타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350kW급인 800V 초급속 충전기를 쓸 경우 10%에서 80%까지 18분, WLTP 기준으로 4분 30초만에 1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를 채울 수 있다.

이 숫자만으로는 사실 얼마나 빨리 충전이 가능한지 감이 잡히지 않으니 현재 상황과 비교해 보자. 현재 우리나라에 보급된 환경부 급속 충전기는 50kW급으로 실제 충전은 40kW 정도로 이뤄진다. 이를 전압과 전류로 환산하면 대체로 110A와 360V 부근이다. 역시 환경부가 운영하는 100kW급인 경우 전류가 180A까지 올라가 시간당 65kW가 채워진다. 현재 판매중인 64kW 배터리 용량을 가진 전기차의 경우, 10%인 6.4kW부터 80%인 51.2kW까지 채우려면 44.8kW의 전기를 넣어야 한다. 위에 언급한 100kW급 충전기라고 해도 41분, 50kW급이라면 82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는 배터리 상태와 충전 안정성을 위해 이보다 더 느리다는 점을 감안하면 EV6의 18분만에 80%를 채우는 충전성능은 기존 전기차와 비교해 훨씬 더 빠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방에 출장을 갔다가 올라오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휴게소에 들러 차를 세우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10분 정도가 걸린다. 만약 현재 실제로 시간당 40kW 정도로 들어가는 50kW급 급속 충전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 시간 동안 채울 수 있는 전기량은 불과 3.7kW로 기존 전기차의 복합 전비 5.3km/kWh를 기준으로 할 때 20km가 채 되지 않는다. EV6가 4분 30초만에 100km 주행이 가능한 용량을 채운다는 것의 의미는 절반의 시간만으로 5배 이상을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채워진다는 말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기존 전기차로 100km를 달리기 위해서는 약 19kW의 전기가 필요하므로 거의 30분 가까이 서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EV6는 여기에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인증과 결제 절차가 진행되어 바로 충전을 시작하는 PnC(Plug & Charge) 기능도 있어 시간을 더욱 아낄 수 있다. 지구상 모든 인류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시간인데, EV6를 탄다는 것은 다른 전기차 사용자보다 충전에 들어가는 시간 25분을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다. 정체 시간을 피해 더 빨리 집에 갈 수 있고 가족과 보낼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 EV6와 초급속 충전이 만들어내는 미래 전기차 세상의 진정한 의미다.





축적된 노하우가 드러나는 주행성능


개별적으로 보면 EV6보다 더 멀리 달리고 더 빠른 전기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대하는 이유는 숫자 뒤에 숨은 것들 때문인데, 그동안 기아의 내연기관 차에서 보여준 달리기 성능에 대한 믿음이 있다. 자동차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순히 2차원 평면을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 3차원 운동을 하는 자동차는 바퀴에 동력이 걸릴 때와 걸리지 않을 때, 직선을 달릴 때와 코너를 달릴 때, 고른 노면을 달릴 때와 울퉁불퉁한 길을 달릴 때의 움직임이 다르다. 이를 위한 서스펜션과 동력의 배분, 자세 제어 장치의 세팅 등은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의 축적에서 완성된다.

앞 뒤 모터의 회전수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이런 주행 안정성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눈길과 빙판길처럼 마찰력이 떨어지는 길에서 출발할 때 출력을 떨어트리지 않고도 부드럽게 달릴 수 있게 된다. 말로 들으면 간단할 것 같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의 힘을 능동적으로 앞뒤로 보내는, 전자식 AWD와 노면 상황에 따라 차의 제어 시스템을 다르게 조절하는 터레인 모드를 직접 개발한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차의 운동 에너지를 앞뒤 모터를 통해 다시 전기로 바꾸는 회생 제동 때도 마찬가지다. 발전기 역할을 하는 앞뒤 모터의 용량이 다른 경우, 저항이 다르게 걸릴 수 있다. 코너를 돌면서 엑셀 페달에서 발을 떼었는데, 출력이 더 높은 뒤쪽 모터에 더 큰 저항이 걸린다면 차의 자세는 불안정해진다. EV6에 들어간 회생 안정성 컨트롤(Regen Stability Control)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에너지를 회수해 주행거리 연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엔진 소리를 들으며 자동차를 좋아하기 시작한 입장에서, 국산차 최고 가속성능 타이틀을 전기차가 차지한 것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이런 숫자와 기능들을 개별적으로 보면 EV6보다 더 멀리 달리고 더 빠른 전기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숫자로써 이들과 가능한 접근해 있으면서 우리가 접근 가능한 차는 EV6가 유일하다. 특히나 GT 모델은 그간 국산차에서 볼 수 없었던 달리기 성능을 보여줄 것이기에 더욱 실제 차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하루라도 빨리, 실제 차를 만나 도로를 달려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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