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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경차가 필요한 이유

2021/02/23

모호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크려면 아예 크고 작아지려면 아예 작아야 살아남는다. 스마트폰은 화면이 커지는 추세에 따라 5인치 이하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폴더폰은 수요가 남아 있어서 4인치 이하 제품이 계속해서 나온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작지도 크지도 않은 4인치대 제품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노트북이나 TV 등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제품은 큰 제품 선호하는 취향에 따라 크기가 점점 커진다. 작은 제품은 특수한 용도로 명맥을 유지하지만, 중간에 낀 크기가 모호한 제품은 시장에서 버림받아 사라진다.

자동차도 크기를 따지는 제품이다. 공간 활용이나 시장 경쟁 등을 고려해 차 크기는 계속해서 커진다. 우리나라는 큰 차 선호도가 높아서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크기를 키운다. 과거 중형차가 준대형급으로 커지고, 준중형차는 중형차만 해졌다. 예외적으로 소형차급 아래는 이 추세가 비껴간다. 소형 세단이나 해치백은 대형화 추세를 따르고 말고 할 것 없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크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시장이 원하는 기본 크기가 과거 중형차만 해진 현재 준중형급으로 커져서 소형차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대형화 추세를 고려하면 경차도 소형차급으로 커져야 하지만, 경차는 법규에 크기 제한이 있어서 현재 크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경차가 소형차 크기로 커진다면 지금보다 더 인기를 끌 수 있을까? 현재 소형차 크기는 선택하기 모호한 급이어서 그 크기가 되는 순간 경차도 버림받을 지 모른다. 오히려 경차는 가장 작은 현재 크기로 존재할 때 가치가 더 크다. 크려면 크고 작아지려면 아예 작아야 하는 법칙에서 아예 작은 위치를 차지해야 생존에 유리하다.


경차가 극과 극의 한쪽을 차지한다고 해서 안전하게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는 상황은 아니다. 경차는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불황 때는 잘 팔리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관심이 덜하다. 기름값 영향도 커서 기름값이 내리면 경차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진다. 작은 차를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경차 선택을 가로막는다. 빈약한 차종 수도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다. 여러 가지 불리한 요소에 둘러싸여 있지만 경차는 꾸준하게 생존을 이어간다. 그만큼 아직은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국산 경차는 차종이 세 개에 그친다. 우리나라 경차 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데, 여러 종류가 나오다가 줄어들지는 않았고 애초에 숫자가 적다. 세 종류 중에서 기아가 두 차종을 생산한다. 일반 해치백 형태인 모닝과 박스카인 레이다. 두 차를 보면 경차가 계속해서 존재해야 할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세컨드카로는 경차가 제격이다. 세컨드카 종류에 제한은 없지만, 메인카처럼 활용도가 크지 않을 때는 굳이 비싼 돈을 들일 필요는 없다. 주로 혼자 탄다면 큰 차가 아니어도 된다. 비상용으로 한 대 더 갖고 있어야 할 때는 싸고 유지비 저렴한 차를 원하기 마련이다. 차 두 대가 필요하지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때도 마찬가지다.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데 굳이 크고 비싼 차를 살 필요가 없을 때는 경차가 제격이다.

근거리 이동용으로도 경차가 알맞다. 주행거리가 짧고 동네만 주로 돌아다닌다면 굳이 큰 차를 사지 않아도 된다. 근거리 출퇴근도 마찬가지다. 혼자 타고 다닌다면 경차로도 충분하다. 경차가 작다고 해도 일상생활용으로는 쓰기에는 공간 활용도가 높다. 모닝은 해치백 형태여서 공간 활용도가 기대 이상으로 좋다. 뒷좌석을 접으면 짐 공간은 1,000L가 넘게 나온다. 레이처럼 박스형이면 SUV 부럽지 않은 공간 활용도를 보여준다.


첫차로 타기에는 경차가 제격이다. 자동차 시장이 큰 차와 고급차 위주로 흘러가도 저렴한 차를 원하는 수요층은 존재한다. 요즘은 첫차 기준이 준중형차로 높아졌다고 하지만 모두에게 해당하지는 않는다. 경차는 가격이 저렴해서 첫차로 타기에 알맞다. 경차 가격이 과거와 비교해 올랐지만 다른 차급도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덜한 차는 여전히 경차다. 모닝 시작 가격은 1,175만 원이고, 중간급은 1300만 원대다. 준중형급인 K3 시작 가격이 1790만 원이고 중간급이 2,000만 원 선이니 가격 차이가 꽤 난다. 경차는 구매 단계에서 부대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비도 위급보다 적게 든다. 연비도 높은 편이다. 14인치 타이어를 끼운 모닝 1.0L 가솔린 자동변속기 모델의 복합 연비는 15.7km/L이다.


형태가 특별하면 경차여도 활용도는 높아진다. 레이는 박스형태 경차다. 경차 규격을 맞추는 선에서 공간을 최대한 뽑아냈다. 레이는 길이 3,595mm, 폭 1,595mm로 경차 규격을 넘지 않는데도 실내 공간이 준중형급 이상으로 넓다. 높이는 1,700mm여서 머리 공간 여유는 미니밴 수준이고 큰 짐도 수월하게 실을 수 있다. 도어도 슬라이딩 방식이라 공간 접근성도 좋다. 수납공간도 곳곳에 마련해서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 넓은 공간 덕분에 가정용뿐만 아니라 업무용이나 상업용으로도 역할을 해낸다.

사는 사람에게는 시장에 차종이 많을수록 좋다. 경차도 선택의 폭을 넓히는 엄연한 정규 차급이다. 국내 판매 차종이 적을 뿐이지, 개발만 한다면 얼마든지 특별한 차가 나올 수 있다. 경차는 저렴하고 실용적인 차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경차가 어떤 차여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다양화 관점에서 본다면 고급화도 경차의 선택 범위를 늘리는 한 방법이다. 요즘 경차에는 첨단 운전자 보조 장비도 들어간다. 모닝만 해도 전방 충돌 보조,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이탈 방지와 유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이 들어간다. 원격제어, 카투홈,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서버 기반 음성 인식, 앞뒤 좌석 열선시트나 운전석 통풍시트 등 윗급에서나 볼 수 있는 장비도 갖췄다. 에어백도 7개나 된다. 옵션이 많아져서 경차답지 않게 과분하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갖출 여력이 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 경차를 타면서도 이것저것 많이 갖추고 싶어 하는 수요층도 존재한다.


경차처럼 작은 차는 운전하기 편하다. 주차하기도 쉽고 좁은 길에서 다니기에도 좋다. 운전이 서투른 사람이 몰고 다니기에는 작은 경차가 편하다. 모닝이라 레이나 길이는 3.6m 이하이고 폭은 1,595mm로 경차 규격을 만족한다. 큰 차 선호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졌지만, 크기가 부담스러워서 작은 차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소형차마저 시장에서 사라진 마당에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작은 차는 경차뿐이다.

경차는 개성이 강하다. 아담한 차체 크기만으로도 큰 차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모닝은 경차이지만 스포티한 분위기를 살리고, 레이는 박스형이라는 특별한 형태가 돋보인다. 두 모델 모두 외장 드레스업 패키지를 둬서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차를 꾸밀 수 있게 해놓았다.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맛 또한 경차의 장점 중 하나다.


시장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한다. 큰 차 선호는 여전하지만, 세단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SUV가 인기를 끌면서 어느 정도 바뀌었다. 옛날에는 소형차가 주류였고 패밀리카 역할도 충분히 해냈지만, 이제 국산 소형차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또 다른 유행이 시장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모른다. 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차는 여전히 자리를 지킨다. 시장 상황에 따라 인기는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찾는 수요는 꾸준하게 이어진다. 경차는 장단점이 갈리는 차다. 아직은 장점이 단점을 앞선다. 여러 장점이 모여 경차의 생존 가치를 키운다. 여전히 시장에는 경차가 필요하다.

글.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해당 콘텐츠는 작성자의 주관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기아자동차로부터 원고료를 지원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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