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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뻔한 장점 말고 다른 것들을 생각해보자

2021/02/09

우리나라의 전기차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국산차 최초의 일반 판매 전기차는 기아 레이였고 양산을 시작한 때가 2011년 말이었다. 그러니까 전기차가 국내 도로를 제대로 달리기 시작한 것은 이제 10년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 기간 동안 판매 차종이 늘어난 것은 물론 판매량도 급격하게 늘었다. 2020년 국산차 판매 중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한 친환경차는 15만6천여 대가 팔려 전체 판매의 약 10%를 차지했다. 이 중 순수 전기차는 3만5천여 대로 2%를 넘었다. 수도권의 경우 이제는 전기 택시와 버스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고 카 쉐어링 서비스를 통해서도 누구나 손쉽게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먼 미래 혹은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의 일상 속 이야기가 되었다.


우선 전기차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전기차라고 하면 큰 용량의 배터리를 달고 모터로 구동력을 얻는 차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세계적인 전기차의 정의는 내연기관의 유무보다 외부에서 전기를 충전하거나 자체 발전을 통해 구동력을 얻는 차를 가리킨다.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수소연료 전기차(FC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를 모두 합쳐 말한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렇게 PHEV와 BEV 등을 모두 합친 전기차 판매는 세계적으로도 2019년 약 240만대에서 2020년 324만대로 약 43%나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덕분에 주변에서 혹은 직접 전기차를 경험한 사람은 물론 언론이나 SNS를 통해 간접적인 소식을 듣게 되는 경우도 늘었다.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흔히 ‘제로백’으로 대표되는 빠른 가속성능 때문에 전기차를 좋아한다. 한편 실제 전기차를 구매한 많은 사람들은 내연기관 차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유지비가 주는 경제성을 이야기한다. 100km를 달린다고 할 때 연비가 10km/L인 가솔린 자동차는 10리터의 기름이 필요하고 이를 2월 8일자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인 1,453원으로 곱하면 총 14,530원이 된다. 반면 같은 거리를 달릴 때 전비가 6km/kWh인 전기차라면 16.7kWh의 전기가 필요하다. 현재 환경부의 급속 충전요금은 255.7원/1kW로 계산하면 4천267원이다. 앞으로 충전 요금이 오른다고 해도 확실히 경제적인 것은 맞다. 여기에 엔진 오일 등 내연기관 차를 탈 때 필요한 소모성 부품을 교환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더 경제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친환경성 역시 전기차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장점 중 하나다. 사실, 이것은 차 단위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볼 때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연료를 연소시키지 않고 달리기 때문에 주행 중 유해물질을 포함한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는 것인데,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화력 발전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이것이 정말로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 점은 전기차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각각의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한 군데-예를 들면 발전소 등-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다.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발전을 하면서 열효율을 높이고 오염물질 포집 장치 등을 통해 실제 공기로 배출하는 양을 줄인다면, 거기에 더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발전이 늘어날수록 전기차에 제대로 ‘친환경’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전기차의 장점은 무엇보다 정숙성에 있다. 물론 엔진이 돌아가며 나는 소리는 누군가에게 특정 상황에서는 소음이 되지만 스포츠카를 운전할 때 얻는 즐거움의 꽤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주행 상황에서 실내가 조용한 차는 장점이다. 엔진 사운드가 사라진 자동차는 절대적인 소리 크기는 줄어든다. 덕분에 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 등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전기차가 절대적으로 우수하다. 카오디오에 한 번이라도 빠져봤던 사람이라면, 자동차에서 음악을 즐기기 위한 최고의 조건으로 방음을 최우선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큰 출력의 앰프와 선명한 해상도의 스피커를 달았다고 해도 음악 이외의 소리가 섞이면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물론 그동안의 전기차는 ‘일반적인 자동차’ 수준의 방음 작업을 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바람소리나 노면 소음 등이 더 크게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 친환경차라는 타이틀에 맞춰 연비가 높은 타이어가 우선이었으므로 노면 소음을 줄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차에 익숙한 사람들은 엔진 소리가 사라진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고 그다음으로 큰 소음인 풍절음과 로드 노이즈를 줄이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인간의 욕구는 다음 단계를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조용한 전기차를 요구할 것이니 앞으로 나올 전기차는 더 조용해질 것이다.

전기차는 차에서 쓸 수 있는 전기의 용량이 크고 차를 운영하는 시스템도 통합할 수 있다. 점점 더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주행 환경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를 제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반면 배터리와 모터로 차를 달리게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게다가 더 강력한 전기 모터를 이용해 운전대를 돌려 차의 방향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여러 센서들을 다양하게 쓸 수 있어 자율주행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조용해진 전기차가 자율 주행을 한다면 단순히 라디오와 노래를 드는 것 이상으로 영상을 포함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자동차 공학회(SAE)의 자율주행 구분은 2단계까지는 자동차가 운전을 보조하고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3단계는 고속도로 등 특정 상황에서 차가 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렇게 달리는 동안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 무엇을 할 것이지는 꽤 큰 과제다. 집에서 보던 TV 프로그램을 차에서 바로 이어서 볼 수 있다면, 혹은 출근길에 미리 영상 통화를 통해 업무를 준비할 수 있는 세상도 전기차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전기차는 공간의 활용도 전혀 다르다. 배터리가 바닥에 깔린 전용 전기차 플랫폼은 무게중심이 낮아져 기본적인 운동 성능도 좋아진다. 여기에 일정 크기의 엔진과 변속기가 들어가야 할 엔진룸에는 작아진 모터와 제어기 정도만 있으면 된다. 엔진룸이 사라진 전기차는, 같은 차체 길이에 바퀴를 앞뒤 쪽으로 더 밀어내 휠베이스를 키울 수 있다. 또 엔진과 연료탱크가 사라진 전기차는 서스펜션의 설계의 자유도도 엄청나게 높아진다. 바퀴를 차체에 고정하는 서스펜션의 링크들은 더 다양한 각도로 달 수 있다. 단순히 전기 모터의 높은 토크와 출력 특성이 아니라, 전기차는 차의 설계와 최적의 세팅을 찾는 것에서도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기아가 올해 선보일 E-GMP 플랫폼이다. E-GMP를 적용한 전기차는 차체 앞부분의 형상이 기존 내연기관차의 모습과 다르다. 엔진 탑재 공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오버행이 짧고, 보닛이 낮게 떨어지며 보닛 끝 부분과 앞유리가 만나는 카울 포인트도 앞으로 당길 수 있다. 반면 휠 베이스는 상대적으로 길다. 그로 인해 내연기관 플랫폼에 기반한 전기차와는 완전히 다른 비율의 디자인이 완성된다. 이런 구조적인 차이는 실내 공간의 구성도 바꾼다. 휠 베이스가 길어져 비슷한 크기의 기존 자동차보다 실내 공간이 훨씬 넉넉하다. 또한, 차체 하단을 지나가는 구동축이 없기 때문에 실내 바닥을 편평하게 만들 수 있다.

공간의 제약 없이 시트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어 탑승자의 자동차 이용 습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도 E-GMP의 특징이다. 이 새로운 E-GMP 플랫폼이 적용된 기아의 신차, CV(코드명)를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자동차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플랫폼이라고는 하지만, 여기에는 ‘자동차’를 만들던 노하우도 반영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무게 중심이 낮다는 것만으로 자동차는 잘 달리지 않는다. 모터의 출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가속성능 하나가 좋다는 것이지 차의 종합적인 성능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자동차는 130여 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기술과 경험의 집합체이다. 이를 전기차와 결합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일이다.

그런 면에서 기아의 행보는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새로운 플랫폼과 신차를 내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명과 로고까지 과감하게 바꿨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로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마인드와 기술로 미래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기아가 선보일 CV를 필두로 국내에 출시될 새 전기차들은 시장에서 소비자와 맺어온 강력한 유대감을 앞선 기술과 성능으로 완성시키며 대중적 시장에서 이미 강력한 힘을 축적한 기아라는 제조사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올해를 주목하자. 제대로 만든 전기차의 시대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글.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해당 콘텐츠는 작성자의 주관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기아로부터 시승차 협찬 및 원고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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